땀왕소감문

홈 > 커뮤니티 > 바보들의 수다

바보들의 수다

나이테에 대한 변명

장혜진 좋은글
0 484 2023.05.14 12:45

나이테에 대한 변명 / 김용태

살아 금강역사 같던 소나무

큰 바람에 등치 꺾였다

지난했던 삶의 징표인 듯

들어앉은 옹이

어느 한 고비에서 출렁거렸음을 알겠다

베어 낸 자리

둥글게 키워 나간 궤적에

가만 손 얹으면

지나 온 일들 한 타래쯤 조곤조곤

풀어 낼 것만 같아

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

거친 세월 돌아

겨우 원 하나 새겨 넣는 것이라서

뜻을 하늘에 둔 줄 알았는데

등피 아래로 뭉글진 울음

근본을 아래에 두었음도 알겠다

누구나 옹이 한두 개는

지니고 살다 간다지만

속으로만 삭이다

죽어서야 꺼내 보이는 의젓함이라니

아, 뒷날

내 생 들어낸 자리가

저리 환할 수만 있다면

- 김용태 시집 "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" 중에서 -

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