갈대

갈대 / 정호승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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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

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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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

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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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

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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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

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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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

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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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

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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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정호승 시선집 " 수선화에게 " 중에서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