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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가장의 국밥 / 조양제

장혜진 좋은글
0 37 2024.04.14 12:13

어느 가장의 국밥 / 조양제


힘든 노동을 마치고


국밥 앞에 앉았다


그 등에 삶의 무게가


천근이다


깍두기도 김치도 그대로


숟가락도 들지 않는다


무슨 생각에 빠져 있을까


그의 삶에 빛이 아닌


빚이 스며든다


그래도 그래도


힘을 내야지


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


한 숟가락을 떴다


차마 입으로 가지 못한다


소주를 시킨다


밥보다 술이 먼저다


쓰다 


인생이 참 쓰다


드디어 한 숟가락을 떴다


근데 국밥에


아,


그의 눈물이 한 방울 톡


짜다


인생은 참 짜다


- 조양제 시집 " 너는 단 하루도 비를 맞지 않았다 " 중에서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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